이번 하와이 여행에서 우리 가족이 머물렀던 숙소는 예전 트럼프 와이키키 호텔이었다가 올해 힐튼에 인수되며 힐튼의 럭셔리 계열인 LXR에 편입되어 이름이 바뀐 카라이 와이키키 비치 호텔(Ka La'i Waikiki Beach LXR Hotel & Resorts)이었다.
호텔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봤던 점 세 가지는 첫 번째, 연식이 있는 호텔이 대부분인 와이키키에서 신축에 속하는 호텔일 것. 두 번째, 룸 크기가 비교적 큰 편일 것. 세 번째, 해외에 나가면 직접 장 봐서 요리해 먹는 걸 좋아하므로 요리 가능한 키친을 갖추고 있을 것. 특히 세 번째 이유 때문에 콘도를 렌트할까 잠깐 생각했었는데 콘도의 경우 대부분 한 달 이상의 숙박기간일 때에만 예약이 가능한 것 같았다. 그리하여 레지던스형 호텔을 알아보다 보니 내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은 카라이 와이키키 비치 호텔(구 트럼프 호텔)과 리츠칼튼으로 좁혀졌고, 룸레잇이 보다 합리적이었던 카라이 와이키키 비치 호텔로 결정하게 되었다. 지금부터 5박 6일간 만족하며 머물렀던 카라이 와이키키 비치 호텔의 위치, 룸컨디션, 수영장, 인룸 다이닝, 부가 서비스 등에 대해서 꼼꼼히 리뷰를 해보도록 하겠다.
위치 / 주차
카라이 와이키키 비치 호텔의 위치는 와이키키 비치에서 좀 멀다는 후기들도 있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오히려 그 점이 더 만족스러웠다. 와이키키 비치의 북적북적한 분위기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조용하기도 하면서 또 마음 먹으면 10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니 그렇게 먼 위치도 아니었다.
와이키키의 메인 거리인 칼라쿠아 애비뉴와도 매우 가까워 쇼핑 or 식사를 하고 어슬렁 걸어오기에도 좋은 위치였다. 도보 5분 이내에 유명한 와이키키 맛집(할레쿨라니 호텔, 포케바, 야드하우스 등)과 쇼핑 플레이스(로열 하와이안 센터, 소하 리빙, ABC 스토어)가 모두 있어서 여러모로 지내기에 편리했다.
처음에 알라모아나 센터까지는 꽤 멀다고 생각해서 아쉬웠는데(도보 30분) 나중에는 호텔 바로 앞에서 탈 수 있는 핑크트롤리를 타고 20여분 동안 동네 구경(?)을 하는 재미에 이 정도 거리가 딱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차의 경우 와이키키의 다른 호텔들과 마찬가지로 카라이 호텔 주차비 역시 하루에 55달러로 꽤나 비싼 편이었다.
그래서 보통 상대적으로 굉장히 저렴한 할레코아 호텔 주차장을 많이들 이용하던데 할레코아 호텔 주차권은 한달권으로만 판매(한 달 230달러)를 하기 때문에 하와이 여행 관련 카페(하샌로라)를 통해 기간 맞는 사람끼리 함께 구입해 쉐어하거나 사용 후 남은 주차권은 당근에 판매하거나 하는 것 같았다. 할레코아 호텔 주차장은 할레코아 주차타워에 제1 주차장이, 그리고 와이키키 우체국 바로 옆쪽에 제2 야외 주차장(구글맵 검색 시 2141 Kalia Rd Parking)이 있는데 카라이 호텔의 좋은 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할레코아 호텔의 제2 야외 주차장과 무지 가깝다는 것이다. 호텔 밖으로 나가서 도보 3분이면 할레코아 야외 주차장이라 거의 카라이 호텔 주차장과 다름없이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니 차를 렌트하더라도 주차 걱정 없는 여행이 가능하겠다.
룸 컨디션
룸 예약은 힐튼 공식 홈페이지에서 시티뷰 디럭스 룸으로 예약했는데, 힐튼 골드 멤버라 체크인할 때 따로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오션뷰로 룸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었다. 룸에 들어가는 순간 창 밖으로 펼쳐지는 햇살 가득한 아름다운 오션뷰와 넓고 쾌적한 룸, 완벽한 청소 상태에 너무 만족스러웠다. 디럭스 룸의 넓이는 500sq ft였는데 3-4인 가족이 답답한 느낌 없이 쾌적하게 여러 날 지내기에 적당한 크기 같았다. 우리가 지냈던 디럭스 룸은 세탁기,건조기가 없었는데 스위트룸부터는 세탁기, 건조기도 구비되어 있다고 한다. 듣던 대로 욕실도 굉장히 넓고 대리석으로 되어 있어 고급스러운 느낌이었으며 어메니티는 바이레도(Byredo) 제품이었다.
해외여행 시 그 나라의 식재료를 직접 장 봐와서 요리해 먹어 보는 게 우리 가족의 소소한 즐거움이었기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키친도 요리하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넉넉한 크기였고 조리용품, 식기들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매일 턴다운 서비스가 있어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룸이 항상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고 생수도 충분히 제공되어서 좋았다. 예전 트럼프 호텔이었을 때에는 생수 제공이 안되어서 마트에서 생수를 사 와서 먹어야 했다는 리뷰를 본 적이 있는데 카라이 호텔로 바뀌면서 개선된 듯했다.
호텔에 가면 침구 상태에 예민한 우리집 어린이가 꿀잠 잘만큼 침대도 편안했고 침구 상태도 깨끗했다. 집에서도 낮은 베개를 사용하는 남편은 베개 높이가 조금 높은 듯해서 불편하다며 낮은 베개가 있는지 하우스키핑에 문의했더니 통화 후 10분 이내로 낮은 베개를 가져다주었다. 슬리퍼도 얇은 슬리퍼가 아닌 꽤 도톰 폭신한 슬리퍼가 제공되어서 룸에서 지내는 시간이 꽤나 편안했었다.
카라이 호텔은 가장 낮은 가격대의 시티뷰 슈페리어 게스트룸을 제외하고는 모든 룸에 라나이(베란다)가 있는데 라나이에 있는 테이블과 체어에 앉아 간단한 다과도 즐기고 하와이의 오션뷰를 내려다보는 시간은 정말로 달콤한 휴식이었다.


수영장 / 풀사이드바
카라이 와이키키 비치 호텔의 수영장은 규모가 너무 작아서 기대하지 말라는 리뷰가 꽤 있었는데 어차피 호텔 수영장보다는 와이키키 비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았었다. 수영장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지 오히려 우리 가족에게는 놀기에 딱 좋았던 것도 같다. 호텔 6층에 위치한 수영장은 크지 않은 아담한 규모에 나름 인피니티풀이었고 수영하면서 혹은 썬베드에 앉아서 보게 되는 바깥 뷰가 꽤 예뻤다. 튜브 반입도 가능해서 수영 못하는 나도 튜브를 끼고 떠다니며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물놀이를 하다 보면 금방 배가 고프기 마련인데 풀사이드바가 있어서 몇 가지 메뉴를 주문해 보았다. 메뉴를 보니 쪼쪼의 물놀이 최애 메뉴인 감자튀김이 각종 소스에 버무려져 나오는 스타일만 있었다. 메뉴에는 없지만 플레인한 감자튀김으로 주문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해서 우리가 흔히 먹는(소스에 버무리지 않은) 감자튀김으로 받을 수 있었다. 낮에도 가서 놀아보고, 밤수영도 해봤지만 사람이 붐비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한가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고, 특히 저녁 시간쯤에는 수영장이 텅텅 비어서 우리 가족끼리만 오붓하게 놀 수 있었다. 바람이 꽤 쌀쌀해지는 저녁에 자쿠지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야경을 바라보던 시간도 참 좋았어서 기억에 남는다.
인룸 다이닝
카라이 와이키키 비치 호텔에 있는 동안 조식으로 한 번, 디너로 한 번 인룸 다이닝을 이용했다.
원래 여행 가서 호텔 룸에서 시켜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힐튼 골드 멤버라 데일리 크레딧이 50불씩 나왔기 때문에 오직 크레딧을 써버리기 위한 목적으로 룸에서 음식을 주문했었다.
그런데 이런...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하와이는 가격 대비 음식이 너무 맛없는 편이라고 투정하며 매일 오늘은 어딜 가서 무얼 먹어야 하나 맛집 찾아 삼만리였는데 카라이 호텔이 조식이면 조식, 스테이크면 스테이크... 음식이 하나같이 너무 맛있는 맛집이었던 것이다. 하루 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해질녘까지 수영하고 룸에 돌아와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였던 어느 날, 저녁 먹으러 또 어디 나가기도 귀찮고 해서 룸에서 주문했었던 스테이크와 파스타는 정말로 우리 가족이 물개 박수 치며 하와이 와서 먹은 음식 중 제일 훌륭하다고 칭찬했던 메뉴이다. 와이키키의 맛집 중 하나였던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의 스테이크도 먹어봤지만 우리 가족 입맛에는 카라이 호텔의 스테이크가 느끼하지도 않고 정말 맛있었다. 카라이 와이키키 비치 호텔에 투숙하거나 투숙할 예정인 분들에게 카라이 호텔의 인룸 다이닝은 한 번쯤 즐겨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부가 서비스
호텔 가까운 비치나 와이키키 비치에 갈 때는 호텔 1층 컨시어지에서 준비해 주는 비치백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도 와이키키 비치에 갈 때 대여해 보았는데 비치백 안에는 비치타올과 생수가 들어있었다. 비치백 사이즈도 꽤 큰 편이라 이것저것 추가로 필요한 아이템들을 넣어서 들고 다니기에도 좋았다. 이 외에도 파라솔과 체어, 모래놀이 장난감등의 해변 용품도 대여가 가능하다.
이번 하와이 여행은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준비한 여행이었기에 미리 호텔측에 이메일을 보내 10주년 결혼기념일인데 제공되는 서비스가 있는지 문의를 했었다. 예전 트럼프 호텔이었을 때 기념일이라고 호텔에 이야기하면 무료로 룸 업그레이드를 받았다거나 소소한 이벤트가 있었다는 후기들이 있어서 살짝 기대를 했었지만 이제 그런 서비스는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막상 가보니 카라이에서 기념일을 보내주어 고맙다는 내용의 카드와 화이트 와인 1병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때 받은 와인은 인룸다이닝으로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주문했을 때 함께 마셨는데 화이트 와인이었지만 나름 스테이크와도 궁합이 괜찮아서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마무리하며
카라이 와이키키 비치 호텔은 여행에서 숙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 가족 모두 만족했었던 곳이다. 언젠가 한번쯤은 하와이 오아후에서의 한 달 살기를 꼭 해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그때 내 집 같은 편안함과 쾌적함을 제공하는 카라이 호텔로 다시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치, 룸컨디션, F&B,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 등등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카라이 와이키키 비치 LXR 호텔을 하와이 와이키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며 리뷰 포스팅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