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미식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번 도쿄 여행도 현지인 추천 맛집을 베이스로 가보고 싶었던 음식점들을 주욱 리스트업 해 도쿄 맛집 투어를 위한 준비된 자세로 왔으나 막상 일정에 쫓기다 보니 준비했던 것만큼 미식 여행을 즐기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여행 기간 동안 우리 가족 모두의 입맛을(나름 까다로운 9살 쪼쪼의 입맛도) 만족시켰던 맛집들이 꽤 많았으니 그 중에서도 별 다섯개를 주고 싶었던 맛집들만 공유해 보려 한다.
긴자 바이린 - 돈카츠
9살 쪼쪼가 자기가 태어나서 여지껏 먹어 본 돈카츠 중에서 제일 맛있었다고 한 긴자 바이린 돈카츠이다.
식사 시간에 맞추어 가면 웨이팅이 어마어마할 것 같아서 일부러 조금 이른 저녁 시간인 오후 다섯시 반쯤 도착했으나 이미 웨이팅 줄이 있었고 30분 정도 기다린 후에 입장할 수 있었다.
매장 내부는 엄청 크지는 않지만 분위기도 좋고 깔끔했다.
우리는 바(bar) 자리로 안내 받았는데 이 자리에 앉으면 고기를 두드려 펴는 모습부터 튀기는 모습까지 여러명의 쉐프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쪼쪼가 재미있어 했다.
정갈하고 먹음직스럽게 플레이팅 되어 서빙 된 돈카츠. 돈카츠는 겉바속촉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맛인데 한국의 돈카츠 맛집에서 먹던 맛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맛있었다.
씹을 때 느껴지는 육즙이 더 고소했고 전체적으로 조금 더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도쿄를 떠나기 전 한번 더 오고 싶었던 곳인데 일정상 들르지 못한 것이 아직도 아쉽다.
한국에는 여의도 더 현대에 입점 되었다고 하니 긴자 바이린 돈카츠의 그 맛이 그리워 지는 날 도쿄는 못가더라도 아쉬운대로 여의도 더 현대에 가보는 걸로 쪼쪼와 약속했다.
히츠마부시 나고야 빈초 ( in 마루노우치 빌딩 6F ) - 장어덮밥
히츠마부시 나고야 빈초... 장어덮밥으로 유명한 이 집 역시 도쿄를 또 한번 가고 싶게 만드는 맛집중의 하나로 그 동안 한국에서 먹었던 장어덮밥은 뭐였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집이다.
이 음식점의 이름에 들어가 있는 '히츠마부시'는 나고야식의 장어덮밥을 말한다고 한다.
우리가 장어덮밥하면 흔히 알고 있는 우나기동과는 소스나 먹는 방법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데 히츠마부시가 훨씬 더 고급요리라고 한다.
장어덮밥을 좋아하는 쪼쪼덕분에 한국에서도 나름 유명한 집들에서 장어덮밥을 먹어 보았는데 처음엔 맛있다가도 먹다 보면 그 느끼함에 금방 질릴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집은 장어덮밥의 신세계라고 해야 할까...
장어덮밥을 좋아하는 사람은 꼭 한번 찾아가 보길 추천한다.
먹는 내내 느끼함은 1도 찾아볼 수 없었고 신선한 장어의 오동통한 식감과 탱글한 밥알과 잘 버무려진 양념의 달콤하고 고소한 맛만 느껴졌다. 맛있는 건 기가 막히게 잘 아는 쪼쪼도 혼자 한 그릇을 다 비웠는데 먹는 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코를 박고 먹더라는...
다 먹고 나니 되려 개운하고 몸보신 잘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분간 지진때문에 일본 여행 계획은 없지만서도 언젠가 도쿄를 다시 찾게 되는 날 1순위로 다시 찾고 싶은 맛집이다.
Antonio's 안토니오스 - 이탈리안
일본은 맛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참 많다.
이번 도쿄 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 현지인 추천을 기본으로 이탈리안 맛집 몇 군데를 리스트업 해두었는데 Antonio's 는 그 중 내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구글맵에서 Antonio's 라고 하면 잘 검색이 안되고 Antonio's Aoyama 라고 해야 도쿄 아오야마의 이탈리안 안토니오스가 검색 결과에 나온다.
Antonio's는 도쿄의 아오야마(Aoyama)라는 동네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이 동네는 오모테산도와 거의 붙어있는 듯 매우 가까워 오모테산도 힐즈에서 구글맵 켜고 출발해 20분 정도 걸으니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가본 아오야마는 맛집,편집샵등이 많은 동네임에도 나름 조용하면서도 예쁜 분위기라 산책하듯 둘러보기 좋았다.
Antonio's 는 이 동네에서 1940년대에 시작해 3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블로그 리뷰를 찾아보아도 리뷰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꽤나 잘 알려져있는 찐 맛집인 듯 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 현지인들만 잘 아는 이런 맛집 좋아한다.)
내부 분위기도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코지하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 우리는 점심때 방문했었는데 저녁에 방문하면 분위기가 더 좋을 것 같았다.
파스타는 예상했던 대로 훌륭한 맛이었다.
도쿄에 와서 맛있는 파스타가 먹고 싶을 때 찾아가면 좋을 집. 특히 이 집의 파파델레는 강력 추천하고 싶다.
The Front Room ( 더 프론트 룸) - 프렌치 토스트
The Front Room은 내가 도쿄에서 가장 애정하는 동네인 마루노우치의 마루노우치 빌딩에 있는 프렌치 토스트 맛집이다.
마루노우치는 도쿄역 바로 옆쪽의 빌딩숲들로 둘러싸인 동네이다.
십여년 전 겨울, 도쿄 출장때 마루노우치라는 동네에 처음 와보고 반해서 이번 도쿄 여행에서는 이 동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리라 계획했었는데... 십년이 지난 지금 와서 보아도 마루노우치는 특유의 분위기에 반하게 되는 멋진 곳이다.
쪼쪼와 나는 이 곳 The Front Room에서 아침을 먹기로 약속하고 오픈 시간에 맞춰 왔는데 오픈 시간보다 10분정도 늦어서인지 이미 웨이팅 줄이 있었다. 다행히 줄이 그리 길지 않아 10분정도 기다리고 입장할 수 있었는데 주문 후 음식을 기다리면서 보니 웨이팅 줄이 꽤 길어진 모습이었다.
프렌치 토스트 맛집인지라 다들 프렌치 토스트를 먹으러 온건지 테이블마다 프렌치 토스트가 있었다.
이 집의 특이한 점은 프렌치 토스트가 무쇠 팬에 플레이팅 되어 나온다는 점.
비쥬얼적으로는 그닥 예뻐보이지 않았으나 먹는 내내 따끈한 프렌치 토스트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마루노우치에서 하루 일정을 시작하고 싶은 날 이 곳의 따뜻, 촉촉한 프렌치 토스트와 커피 한 잔이면 아침을 여는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HARBS (하브스)
일본하면 으레 떠오르는 디저트 메뉴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하브스의 대표 메뉴 밀 크레페이다.
일본에 가면 일단 여기는 당연히 들러줘야지 하는 곳이 되어버린 디저트 까페 하브스.
예전에 남편과 둘이 교토 여행을 갔을 때에도 하브스에 갔었는데 이번 도쿄에서는 쪼쪼와 같이 와보게 되었다.
쪼쪼와 나는 밀 크레페 한 조각과 그린티 무스 한 조각, 아메리카노, 애플 주스를 주문했다.
생각보다 케이크 한 조각의 크기가 꽤 큰 편이라 식사 후 먹는 디저트라면 둘이서 한 조각도 충분할 것 같았다.
생과일이 켜켜이 들어가 있어 옆모습이 너무 예쁜 밀 크레페...
역시 이 집의 대표 메뉴 답게 비쥬얼이며 맛이며 엄지척.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집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맛이다.
하브스의 케이크 메뉴들의 특징은 너무 달지 않다는 것.
적당히 달달하고 재료들의 조화로움이 느껴지는 맛이다.
단 맛을 좋아하는 쪼쪼는 케잌이 조금 더 달았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다는 코멘트를 남겨주었다.
일본 여행에서 디저트가 생각날 때 한번쯤 가보길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