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저 스위트 시드니에서 6박의 일정을 보낸 우리는 카펠라 시드니로 숙소를 옮겨 여행 중 3박 4일을 머물렀다.
카펠라 시드니로 숙소를 옮기던 날.
시드니에 처음 도착한 날부터 내 집처럼 요리도 해 먹고 중간중간 세탁기로 빨래도 돌리며
편하게 지내왔던 프레이저 스위트의 정든 룸을 떠나려니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그렇지만 이제는 근사한 호텔에 가서 아침마다 조식도 먹고 수영장도 이용하며
남은 여행 기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설레는 일이었다.
카펠라 시드니에 숙박하는 동안은 호텔 조식을 먹을 예정이기 때문에
그간 우리 가족의 최애 브런치 카페였던 마농 브라세리(Manon Brasserie)로 가서 마지막 아침 식사를 한 뒤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했다.
카펠라 시드니 호텔
3박 4일간 우리의 새로운 숙소가 되어 준 카펠라 시드니는
1900년대에 교육부로 쓰이던 건물을 복원, 리노베이션하여 올해(2023년) 3월에 오픈했다고 한다.
건물 외부에서는 고풍스러움이 느껴졌지만 내부는 말 그대로 신상 호텔인 셈이었다.
우리는 12시가 조금 지나 호텔에 도착했다.
미리 이메일로 얼리 체크인을 요청해서였는지 바로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해서 일찍 룸에 들어올 수 있었다.
우리가 예약했었던 룸은 프리미어 룸(Premier Room)으로 디럭스룸 바로 윗단계의 룸이었는데
크기가 52㎡로 셋이 지내기에 꽤 넉넉한 편이었다.
바닥이 카펫이 아닌 마루였다는 점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룸 예약은 카펠라 시드니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했었는데 예약할 때 남겼던 내 이메일 주소로
카펠라에서의 투숙 예약을 환영한다며 아이가 몇 살인지 묻는 이메일이 왔었다.
이렇게 호텔에서 이메일을 따로 보내 아이 나이를 물었던 적은 없어서 좀 의아했었는데
룸에 들어와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룸에는 8살 아이가 들어가서 놀기 딱 좋을 사이즈의 텐트가 설치되어 있었고 테이블 위에도 아이가 좋아할만한 알록달록한 롤리팝과 웰컴쿠키, 초콜릿, 케이크 등이 셋팅되어 있었다.
소소한 감동... 투숙객을 위한 준비와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룸 안에 있던 가구, 소품들의 소재나 컬러도 굉장히 세련되면서도 차분한 느낌이었다.
카펠라 시드니 공식 홈페이지의 룸 사진을 보면 전체적으로 룸 분위기가 약간 어두운 느낌이라 마음에 걸렸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 괜한 우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채광도 좋은 편이었고 무엇보다 층고가 높아서 탁 트인 느낌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밝고 시원하면서도 코지한 느낌까지 갖춘 룸이랄까.
우리 룸에 들어오자마자 홀딱 반해버린 쪼쪼와 나는 룸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쪼쪼는 이 룸에서 하루 종일 있고 싶다고 했지만 마침 점심 시간이라 점심을 먹기 위해 쪼쪼를 달래 밖으로 나왔다.
카펠라 시드니에 대한 보다 자세한 후기와 예약 팁은 다음 번에 따로 포스팅 해 보도록 하겠다.
Bar Totti's
카펠라 시드니를 찾아오던 길에 보니 대로변의 레스토랑 앞 테라스에 사람들이 꽉 차 있는 모습이 보였다.
12시가 좀 안된 시간이었는데 이렇게 붐비는 걸 보니 시드니의 맛집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레스토랑의 이름을 확인하니 'Bar Totti's' 라는 곳이었다.
'오늘 점심 장소는 여기다.'
마음 속으로 혼자 정해놓고 카펠라 시드니에 체크인한 후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찾아와 보니
30-4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웨이팅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놓고 주변에 있던 Brookfield Place 라는 건물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있던 중 예상보다 일찍 테이블이 준비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테라스석에 앉고 싶었지만 실내석에 자리가 생긴거라 실내로 들어가게 되었다.
실내는 조금 어둡고 왁자지껄했다.
가벼운 이탈리안 디쉬에 와인 한 잔 곁들여 먹기에 좋을 것 같은 비스트로 분위기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고 있나 둘러보니 테이블마다 화덕에서 구운 빵이 꼭 보였다.
화덕빵은 기본으로 먹어봐야 할 것 같아서 일단 서버의 추천대로 화덕빵과 함께 부라타 치즈,토마토를 주문했다.
쪼쪼는 우리가 먹는대로 화덕빵을 조금 뜯어서 그 위에 부라타 치즈와 토마토를 얹어 한 입 먹어보더니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우리집 미식가 쪼쪼가 인정하면 진짜 맛있는거다.
특히 화덕빵이 맛있다고 했다.
파스타 맛이 궁금하여 토마토 페투치네를 주문했으나 파스타는 그냥 쏘쏘. 그저 그런 맛이었다.
헤비하게 먹기는 싫고 그렇지만 무언가 가볍게는 먹고 싶은 저녁에 Bar Totti’s 에 와서 화덕빵에 부라타 치즈, 토마토의 조합으로 와인 한 잔 하고 나가면 하루의 마무리로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Bennelong Lawn
카펠라 시드니 호텔은 써큘러키, 로얄 보타닉 가든과 걸어서 5분 정도의 꽤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바로 전날 로얄 보타닉 가든을 처음 가 본 이후 남은 여행 기간동안 하루에 한번씩은 보타닉 가든에 가야겠다는 다짐을 할만큼 마음에 들었었던 터라 보타닉 가든과 가까운 카펠라 시드니로 숙소를 옮겼다는 사실이 그저 반가울 뿐이었다.
점심도 먹었으니 얼른 호텔 룸으로 가서 피크닉 매트를 챙겨 로얄 보타닉 가든으로 향했다.
전날 왔을 때 여기서 꼭 피크닉을 해야 겠다고 봐둔 곳을 찾아 가서 자리를 잡았다.
큰 나무 아래라 그늘이 있어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었다.
잔디밭에 피크닉 매트를 깔고 편하게 앉아 쪼쪼가 신나게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을 보니 행복 그 자체였다.
드넓은 초록빛 잔디밭과 그 끝에 보이는 파란 바다, 파란 바다에 걸쳐져 있는 하버 브리지.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걷거나 잔디에 누워 있는 사람들.
풍경을 감상하며 앉아 있기만 했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풍경과 시간 안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게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두어시간의 풍경 감상 겸 힐링 타임이 끝나고 우리는 Bennelong Lawn을 구글맵에 찍고 자리를 옮겼다.
Bennelong Lawn은 보타닉 가든 안에 위치한 lawn, 즉 잔디밭인데
이 곳에서는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20분 정도 걸었으려나...
Bennelong Lawn에 도착하니 어느덧 하늘이 핑크색으로 조금씩 물들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 이곳에서 썬셋을 보게된 것인데 와... 이렇게 멋질 줄이야.
시드니 천문대 못지 않은 썬셋 뷰였다.
아니, 사실 나에게는 이 날 이곳에서 보았던 뷰가 시드니 여행 중 최고의 뷰였던 것 같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동시에 품은 바다 뒤편으로
핑크빛으로 서서히 물들어 가는 하늘과
이 모든 걸 평화롭게 앉아서 감상할 수 있는 잔디밭.
시드니 천문대는 해 질 무렵 사람들이 너무 몰려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에서의 썬셋 뷰 감상은 불가능한데
Bennelong Lawn은 공간이 훨씬 넓기도 하고 사람들도 많지 않은 한가한 분위기였다.
시드니의 썬셋 명소로 Bennelong Lawn을 추천하고 싶다.
꼭 썬셋이 아니더라도 너무 멋진 곳이니 시드니 여행 중 한번쯤 와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