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여행 넷째 날.
며칠 째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찾았던 마농 브라세리는 잠시 접어 두고,
이 날은 써리힐즈에 있는 A.P Bakery (A.P House)에 가서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다.
써리힐즈 A.P Bakery (A.P House)
A.P Bakery는 시드니에 몇 군데 지점이 있는데 지점마다 이름이 조금씩 달랐다.
써리힐즈 매장은 A.P House 라는 이름으로, 뉴타운에서는 A.P Town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참고로 뉴타운 매장은 테이크어웨이만 가능했다.
로컬들에게 꽤 평이 좋은 것 같았는데 특히 타르트와 페이스트리 종류의 빵들이 맛있다고 한다.
우리가 찾아갔던 써리힐즈의 A.P Bakery는 Paramount House Hotel 건물 2층의 야외 루프탑 공간에 있었다.
햇빛이 쨍하니 내리쬐는 공간이라 곳곳에 파라솔 같은 그늘막을 설치해 두긴 했는데
아무래도 한여름에는 좀 뜨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이미 페이스트리류의 빵들은 모두 솔드아웃이 된 상태라
아쉽지만 아보카도 토스트와 아몬드 파운드케이크를 주문했다.
빵 맛은 엄청 맛있다 정도는 아니었지만 괜찮았고, 나에게는 빵보다는 커피가 맛있었다.
시드니에서 유명한 까페중 하나인 Reuben hills 에서 판매하는 원두를 쓴다고 했는데 잠시 원두를 사갈까 고민 했었다는...
왓슨스 베이 - 로버트슨 파크 - 혼비 등대(Hornby Lighthouse)
아침을 먹은 후 왓슨스 베이에 가기 위해 서큘러키에 가서 왓슨스 베이행 페리를 탔다.
시드니에 와서 처음으로 타보는 페리.
배멀미가 심한 편이라 걱정했지만 페리는 거의 흔들림이 없어서였는지 다행히도 멀미는 하지 않았다.
페리를 타고 멀리서 시드니항을 바라보니 왜 시드니가 세계 3대 미항중의 하나인 지 알 수 있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오페라 하우스, 하버브리지와 함께 해안선을 따라 자리잡은 도시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웠다.
페리를 타고 한 15분 정도 가다보니 첫번째 경유지인 로즈베이에 도착했다.
써큘러키에서 왓슨스베이로 가는 페리는 대부분 로즈베이를 거쳐서 가니
처음 정차하는 곳에서 내리면 안된다.
로즈베이를 지나 다음 정차하는 곳이 바로 왓슨스베이이다.
왓슨스베이에 도착해 페리에서 내려서 처음 받은 느낌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어촌의 느낌.
내리자마자 오른편에는 피쉬앤칩스로 유명한 도일스(Doyles)가 있었다.
우리는 페리에서 내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동하는 길을 따라 로버트슨 파크를 가로질러 걸었다.
왓슨스베이에 대해 미리 공부를 하고 온 게 아니라서 걷다가 그때 그때 좋아보이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로버트슨 파크를 가로질러 걷던 길이 끝날 때쯤 갭파크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보였다.
갭파크는 해안절벽을 끼고 있는 공원인데 사진으로만 봤었던 해안절벽과 그 아래로 파도 치는 바다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이 곳에서는 사진을 남겨 줘야 할 것 같아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떤 친절한 한국분께서 우리가 먼저 요청한 것도 아닌데 가족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하셨다.
해외에 나와서 만나게 되는 같은 나라 사람은 참 반갑다.
이 분은 업무차 한국과 시드니를 자주 왔다갔다 한다고 하셨다.
무슨 일을 하시는 지는 물어보지 못했지만 혹시 사진 작가?
찍어 주셨던 사진을 보니 감사하게도 다리를 엄청 길게, 165cm인 내 키를 170 후반대로 보이게 찍어 주셨다.
근사한 가족 사진을 남겨주시더니 여기까지 왔으면 혼비 등대(Hornby Lighthouse) 에 꼭 가보라고 강력 추천 하시길래
우리는 알지도 못했고 예정에도 없었던 혼비 등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것도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준비했던 대로, 계획했던 그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예상치 못했던 누군가의 개입으로 알지 못했던 길을 가기도 하고 길이 바뀌기도 하며
그 길에서 또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도 있다는 것.
여행과 인생은 많은 면에서 닮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혼비 등대(Hornby Lighthouse) 에 도착했다.
짙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혼자 서 있는 빨간 등대의 모습은 뭔가 썰렁해 보이기도, 외로워 보이기도 했다.
막상 혼비 등대를 마주하니 별 감흥은 없었지만
혼비 등대를 보러 오는 동안의 풍경이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웠으므로 되었다.
왓슨스베이에서의 기분 좋은 산책이었다.
Doyles on the beach
혼비 등대를 보고 내려오자 어느덧 점심 시간이 되었다.
다시 로버트슨 파크를 가로질러 오른편에 보이는 왓슨스베이 비치쪽으로 가니
비치 바로 앞에 피쉬앤칩스 맛집으로 유명한 도일스(Doyles on the beach)가 보였다.
비치 뷰를 바라보며 피쉬앤칩스에 맥주 한잔이면 너무 행복하겠다는 들뜬 마음으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테라스에 앉아 식사할 수 있는 실외석과 건물 내부의 실내석이 있었는데
우리는 테라스쪽에 앉기로 했다.
테라스에 있는 크림 컬러의 라탄 체어들과 파라솔이 파란 바다와 어우러진 분위기가 참 예뻤다.
흥겨운 음악과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서버들의 활기찬 움직임으로 바닷가에 있는 펍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기도 했다.
나중에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건물 내부에도 들어가 보았는데 실내의 창가석에서도 비치뷰가 보여서
분위기가 꽤 괜찮을 것 같았다.
우리는 피쉬앤칩스와 맥주, 그리고 쪼쪼를 위한 환타를 주문했다.
일단 피쉬앤칩스를 먹고 부족하면 다른 메뉴를 더 시키려고 했는데,
양이 꽤 넉넉한 편이어서 우리 셋이 음료와 같이 먹기에 적당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고소했던 피쉬앤칩스와 시원한 맥주와의 궁합은 말이 필요 없었다.
남은 여행 기간동안 하루에 한끼는 꼭 피쉬앤칩스와 맥주를 먹어야겠다고 다짐하게 했던 맛이었다.
이 날의 다짐때문이었는지 이 날 이후 여행 중 비치에 갈 때 마다(본다이 비치, 발모랄 비치) 피쉬앤칩스와 맥주를 먹었다는 후기.
피쉬앤칩스와 맥주 한 잔이 주는 낭만과 여유로움에 취했던 시드니에서의 행복한 어느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