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여행 세번째 날이 밝았다.
침대에 누워 커튼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화창한 빛을 보니 오늘 시드니 날씨도 맑음인 것 같다. Yay!
여유롭게 나갈 준비를 하고 우리의 아침 식사 장소인 마농 브라세리(Manon Brasserie)로 향했다.
어제 왔을 때 안 먹어봤던 아보카도 토스트, 프렌치토스트를 주문하고
음료는 어제와 동일하게 롱블랙 2잔, 오렌지 주스 1잔을 주문했다.
쪼쪼가 오렌지 주스가 맛있다고 해서 조금 마셔봤는데 정말 이 집은 오렌지 주스도 맛있었다.
바로 착즙 해서 주는 것 같은데 펄프도 살짝 느껴지면서 적당히 달콤 새콤, 아주 신선했다.
오늘 우리의 큰 일정은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미술관과 시드니 대학교 돌아보기이다.
이렇게 매일 가보고 싶은 곳 두 군데 정도만 메인으로 정해두고 다니면서
중간중간 그 주변에서 식사도 하고 그때그때 눈길을 끄는 곳들에 들러 시간을 보내면
계획으로 꽉 찬 일정을 소화하는 여행보다 훨씬 여유롭게 더 많이 느끼며 다닐 수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목적지인 NSW 주립미술관(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은
아침식사 장소(마농 브라세리)에서 걸어서 17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하이드 파크 - 세인트메리 대성당
우리는 산책도 할 겸 하이드파크를 관통해서 세인트메리 대성당을 지나 NSW 주립미술관에
도착하는 경로로 걸어가기로 했다.
하이드 파크 - 세인트메리 대성당 - NSW 주립미술관의 루트는
가는 길 자체가 너무 멋져서 아무 목적 없이 커피 한잔 테이크어웨이해서 산책만 해도 꽤 좋을 것 같았다.
하이드파크를 관통해서 나오니 길건너 맞은 편에 세인트메리 대성당이 보였다.
세인트메리 대성당에 들어가
감사 기도도 드리고 내부 관람도 마치고 나와
우리의 목적지인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미술관까지 조금 더 걸었다.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미술관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미술관의 외관은
그리스로마 시대의 신전을 보는 듯 웅장함이 느껴지는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이었다.
내부에 들어가서는 그 규모와 전시된 작품의 방대함에 놀랐다.
상설전시는 모두 무료입장이었고 일부 특별전시는 유료였다.
소장하고 있는 작품의 양이 상당히 많아 하루에 다 돌아볼 수 있는 규모는 아니었다.
작품을 꼼꼼히 감상하기는 힘들 것 같아 천천히 대충 둘러보았다.
고흐, 모네,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도 눈에 띄었다.
이제 제법 미술관에서 그림 보기를 즐기는 쪼쪼와 함께 각자 마음에 드는 작품을 몇 점씩 골라보기도 했다.
갤러리에서 운영하는 키즈 아트 클럽이 있었는데
1회당 45불 정도의 비용을 내고 드로잉 or 만들기 클래스에 참여해 작품을 만들어 가져갈 수 있었다.
쪼쪼도 흥미를 보였으나 예약제로 운영되는 클래스라 미리 예약을 못한 관계로 참여하지는 못했다.
아이가 그리기나 만들기를 좋아한다면 미리 클래스에 예약하고 참석해
직접 작품을 만들어 집으로 가져간다면 꽤 의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두어시간의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점심시간이었다.
아침에 빵을 먹어서인지 점심으로 이탈리안은 먹기 싫었고
다른 메뉴는 떠오르지도 않고 그냥 밥이 먹고 싶었다.
토종 한국인이라 여행중에도 최소 하루 한끼는 꼭 밥을 먹어야 하는
우리 식구들의 입맛에 맞춰 여행 전에 써치해온 일본식 덮밥집 'YAYOI' 로 향했다.
쪼쪼가 YAYOI 에서의 식사를 매우 만족스러워 해서
가볍게 밥(?)이 먹고 싶을 때마다 두어번 더 갔었는데 The Galeries 쇼핑몰 지점이
다른 지점보다 많이 붐비지도 않고 매장 내부도 깔끔하고 좋았다.
주문은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태블릿을 통해 할 수 있다.
나와 남편이 주문한 우나기동(장어덮밥) 추천하고,
쪼쪼가 항상 먹던 돈카츠 커리도 맛있었다.
시드니 여행중에 따끈한 밥과 미소 된장국이 생각날 때 가면 만족할 만한 곳이다.
시드니 대학교
시드니 대학교는 시드니 시티에서 조금 떨어진 뉴타운이라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는 The Galeries 쇼핑몰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서 시드니 대학교 바로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내렸다.
시드니 대학교는 사진에서 봤던 것처럼 건물 외관이 참 예뻤고 곳곳에 포토 스팟이 있었다.
대학교 건물 내부에도 들어가 보았는데 오래된 대학 건물에서 나는 특유의 책냄새가 좋았다. 얼마만에 맡아보는 책냄새인지.
고즈넉한 리조트 느낌이었던 시드니 대학교 캠퍼스 투어를 마치고 후문으로 나왔다.
시드니 대학교까지 온 김에 뉴타운이라는 동네를 좀 둘러보고 싶어서 마침 뉴타운에 본점이 있는, 수박케이크로 유명하다는 Black star pastry 를 찾아 가기로 했다.
걸어서 15분 거리이길래 산책할 겸 슬슬 걸어가는데 동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뉴타운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오래된 느낌, 낙후되고 낡은 도시의 느낌이 강했다. 누가 이 동네 느낌이 우리나라 홍대나 건대 입구 느낌이라고 했던가.
Black star pastry에 들어갔더니 마침 수박케이크는 솔드 아웃이라고 하길래 오히려 잘 됐다 싶어서 얼른 나왔다.
뉴타운은 여행 일정에 여유가 있더라도 굳이 찾아올 만한 동네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며 그렇게 우리는 그날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