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여행 전 생각해 두었던 쪼쪼와의 이번 여행 컨셉은 느긋하게 레지던스 풀에서 수영하며 놀고,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시원하다 못해 추운) 아이온 오차드에서 쇼핑도 하다가 너무 덥지 않은 시간대에는 레지던스 주변 동네 산책도 하는 등 관광객 모드로 빡세게 돌아다니지 말고 현지인 모드 장착하고 좀 편안히 지내다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지던스에서만 시간을 보내기엔 좀 심심하기도 하고, 여행 온 게 아깝기도 해서 하루에 한군데씩 정해서 돌아다니다 오곤 했는데 그 중 쪼쪼와 내가 둘 다 좋아했었던 장소들을 소개해 보려 한다.
1.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쪼쪼가 정말 알차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던 곳이다.
다른 무엇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이벤트들이 굉장히 많고 다양해서 미술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어린이들이라도 기본 한두시간은 이 곳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체험형 미디어 아트 전시도 많았는데 어른이 보아도 흥미로운 것들이 많아서 쪼쪼도 적극적으로 체험에 참여했었다.
마침 우리가 방문했었던 때에는 'Scavenger Hunt' 라고 부르던 보물찾기 혹은 미션완수게임 같은 이벤트를 진행중이었는데 미션 용지에 나와있는 문제의 답을 모두 맞추면 선물을 받는 식의 이벤트였다.
미션 용지에는 해당 전시관의 작품들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었는데 그 설명에 가장 부합하는 작품을 찾아 작품의 제목과 작가 이름을 적어가는 것이 미션이었다.
이 미션을 끝내고 꼭 선물을 받아 가야겠다며 갤러리를 2시간을 돌아 완성한 쪼쪼의 의지에 박수를...
쪼쪼를 따라 돌아다니느라 다리가 좀 아프긴 했지만, 대충 보던 작품들도 답을 찾기 위해 자세히 보게 되고, 영어로 되어 있는 미션 설명을 읽고 해석하느라 나름 영어 공부도 되었던 이벤트라 내심 만족스러웠다.
미션 완수 후 받았던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가 예쁘게 그려진 에코백은 한국 와서도 잘 들고 다니는 선물이 되었다.
2. Light to Night Festival
Light to Night Festival은 매년 1월 싱가포르 Civic District(시빅 디스트릭트) 일대의 주요 문화, 역사적 건물과 공원등에서 펼쳐지는 미디어 파사드 쇼와 그와 연계된 다양한 이벤트가 있는 페스티벌이다.
싱가포르 오기 전에는 몰랐었던 축제인데 싱가포르에서 며칠 지내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던 홍보물 덕분에 자연스럽게 알게 된 행사였다.
Light to Night Festival은 2016년도부터 매해 열리고 있는 축제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꽤 큰 행사였다. 싱가포르를 여행한다면 꼭 한 번 경험해 보길 추천하고 싶은 이벤트인데 일 년 중 1월에만 진행하는 행사이다 보니 다른 달에 싱가포르 여행을 할 경우에는 즐길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한낮의 더위가 식고 선선해질 초저녁 즈음에 도심을 하나둘씩 밝혀 주는 조명들과 함께 갤러리, 박물관 등의 건물 전면을 수놓을 미디어 쇼를 산책하며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한여름밤의 추억 (사실은 겨울이지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일부러 여행일정에 넣고 참여해 보았는데 역시 결과는 성공적.
쪼쪼와 나는 내셔널 갤러리 앞 잔디밭에 자리잡고 앉아 내셔널 갤러리 건물의 화려한 미디어 쇼를 넋놓고 바라보다가 일어나 설렁설렁 산책하며 다른 건물들의 미디어 쇼를 구경하며 다녔다.
선선한 초저녁 바람을 타고 흐르듯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귀기울이며 천천히 산책하면서 즐기는 Light to Night Festival은 정말 좋았다.
3.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
싱가포르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은 건물의 외형부터 존재감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나는 너무나도 당연히 연꽃잎 모양으로 지어진 걸꺼라 혼자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관광객들을 환영하는 손을 상징하는 손가락 10개의 모습을 나타낸 건축물이라고 한다.
우리가 관람했었던 전시는 바로 Future World(퓨처 월드)였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도 핫했던 세계적인 예술 그룹 teamLab과의 협업으로 제작된 상설 전시인데, 남녀노소 누구나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만한 체험형 미디어 전시였다.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 역시 내셔널 갤러리처럼 쪼쪼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여 즐겼던 장소다.
다채로운 체험이 많아서인지 역시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사진을 찍어도 너무 예쁘게 나오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전시이니 아이가 있는 집은 꼭 한번 와 보길 추천한다.
다만 슬리퍼나 뒤쪽이 오픈된 형태의 신발은 체험이 불가한 코스들이 있으니 편한 운동화를 신고 가는 게 좋겠다.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 방문 전 바로 옆에 있는 마리나베이 샌즈몰에서 마리나베이 샌즈 멤버쉽 리워드에 가입하고(여권 지참 필수) 갔더니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 티켓팅시 쏠쏠한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었다.
4. 보타닉 가든
너무나 아름다웠던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
마침 우리가 갔던 날 산책중에 해는 쨍쨍한데 갑자기 소나기가 퍼부었었다. 다행히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양산 겸 우산을 챙겨왔기에 그리 당황하지 않고 비를 피할 수 있었다.
비가 내리자 산책하던 사람들 모두 비를 피할만한 곳에 들어가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는데, 빗소리만 빼고 음소거 된 보타닉 가든의 비 내리는 풍경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비가 그치고 상쾌해진 공기를 마시며 조금 더 산책 후 그랩으로 택시를 잡아 타고 점심을 먹으러 뎀시힐로 향했다.
보타닉 가든에서 뎀시힐까지는 차로 8분정도 걸린다.
점심 장소는 뎀시힐 점보씨푸드.
다른 점보씨푸드 매장보다 좀 더 쾌적하고 깔끔한 느낌이었다.
보타닉 가든은 너무 넓어서 구석구석 구경하다가는 금새 체력이 방전될 게 뻔하다. 보타닉 가든에서는 기분 좋게 대강 산책하듯 둘러본 후 분위기 좋은 뎀시힐로 이동하여 점보씨푸드에서 식사, 멋진 까페에서 차 한 잔 하는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